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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교수의 칼럼] 함께 갈 사람, 다른 곳으로 보낼 사람, 두고 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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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교수의 칼럼] 함께 갈 사람, 다른 곳으로 보낼 사람, 두고 갈 사람.
  • 김영수 교수
  • 승인 2016.12.0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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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구로병원 예방치과 김영수 교수


찬 바람이 붑니다. 낮에는 따뜻하지만 하늘의 공기는 차가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인사말이 “감기 조심하세요”로 바뀌고 있습니다.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아마도 ‘직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건강 유지’의 목적으로 Influenza 백신을 주사해 주는 것 같습니다. 이걸 맞고 나면 약 1~2주 정도 약한 감기를 앓는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증상도 몰랐는데 이제 나이가 나이인가 봅니다.

이 맘때의 풍경 중 병원 내의 특이사항은 백신을 맞으러 줄을 서는 직원들을 보는 것과, 우리 치과에 근무하는 인턴들의 모습을 살펴보는 겁니다. 인턴들이 분주하게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언뜻언뜻 눈에 띕니다. 레지던트로의 지원을 하기 위해 공간도 좁은 우리 치과 5개 과를 이리저리 살피는 모습입니다. 정확하게는 인기과(?) 1~2개를 살피는 것 같습니다. “저러다 ‘충돌 사고’가 일어날 것 같은데, 깜박이는 켜고 기다리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해 봅니다.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별로 없는 ‘비인기과(?)’ 담당 교수인 필자는 그런 걱정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날까 하는 기우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지금 수련 중인 ‘수련의’를 보면서 어떤 선생이 지금 수련의의 후임으로 지원하면 좋을까라고 저 혼자는 고민을 해 봅니다.


‘예방치과’라는 과목을 많이 사랑했으면 좋겠고, ‘환자’를 많이 사랑해서 ‘예방처치’에 열정을 다하는 사람이면 좋겠고, 이 학문이 너무 소중해서 이 과목을 잘하기 위해 다른 과목들의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아, 진정한 포괄적구강진료가 가능할 정도로 수련했으면 합니다. 이런 선생이라면 같은 길을 함께 가고 싶고, 길을 가면서 숲도 보여 주고, 나무도 보여 주면서, ‘열매’를 따는 법도 알려 주고 싶습니다.

일을 똑 부러지게 잘 처리하는 인턴이 있습니다. 눈에 ‘총기’라는 것이 서려 있는 선생들입니다. ‘치전원’ 체제에서는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수련은 ‘지금부터’이니까요. ‘심층 면접’이라는 걸 계획해서 이런 선생과 이야기해 보면, 99%가 인기과(?) 1~2개에 지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고생(?)한 과정에 대한 보상으로, 적어도 잘 살면서 대접 받고 싶은 겁니다. 이런 선생들은 아쉽지만 붙잡아서는 안 됩니다. 다른 좋은 곳(?)으로 보내줘야 합니다.

마지막까지 본인 고집을 고수하는 인턴들이 있습니다. ‘과목’을 정했는데, 그 과목이 인기 과목인지 본인의 지원을 받아 주는 치과병원이 없는 경우입니다. 그래도 이 선생들의 몸에서 ‘총기’나 ‘성실함’이 눈에 보인다면, 다른 치과병원의 교수들이 놓치지 않고 이 선생들을 붙잡겠지만, 이마저도 안 될 때에는 ‘내년도 지원’을 위한 ‘재수’라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런 선생들을 저는 ‘두고 갈 사람’으로 정하고 마음을 정리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안타까운 인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인기과목 이외의 과목 전공교수들은 정말로 ‘평범’하거나 ‘능력이 탁월하지 않은’ 교수인지를 물어 봅니다. 필자가 만난 그 분들은, 갖고 있는 재능이 탁월하고, 제자를 키울 수 있는 능력과 열정이 있는 분들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인턴, 레지던트 선생들이 잠시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대목입니다.

일본어 공부를 위해 보았던 드라마 대사가 문득 생각나서 적어 봅니다.
“100번의 실패는 해도 되지만, 한 번의 후회할 일은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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