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콩심기] 치실의 억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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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콩심기] 치실의 억울함
  • 김아현 원장
  • 승인 2016.11.2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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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탈스파치과의원 김아현 원장

첫번째 콩심기 이런 뉴스 보셨어요?

치실의 억울함

2016년 8월 4일, SNS에 ‘치실, 구강 건강에 좋다는 과학적 근거 없다, 논란’이라는 기사가 많은 정보에 묻혀 흐르듯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더욱이 비일비재한 억측이라 여겼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쳤다. 그러나 이 기사를 접한 일반인들은 ‘치실을 사용하지 말아야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어 자세한 내막을 알기 위해 기사의 원문을 찾아봤다.

원문의 제목은 ‘Medical benefits of dental floss unproven’.

치실사용, 과학적 증거 없음

AP통신 탐사보도팀은 지난 8월 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와 치과 단체, 관련 제품 제조업체들이 수십 년 동안이나 치실 사용이 구강 건강에 필수적이라며 권고해왔으나 그 효과를 제대로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보도했다. 미국치과의사협회(ADA)는 1908년부터 이를 권고해왔으며, 미국치주질환학회(AAP)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도 매일 치실질도 하라고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나온 치실과 칫솔 사용 관련 연구 25건을 학자들이 검토하고 AP가 살펴본 결과 치실의 효과를 입증할 증거가 약하고(weak), 매우 신뢰할 수 없는 것(unreliable)으로 분석됐다. 또 연구의 질이 낮고(very low), 많이 편향돼 있었다는 게 AP통신의 주장이다.

 

증거 없음의 뒷조사

대체 AP통신은 무엇을 근거로 이런 기사를 작성하였을까? 원문 기사의 하단에 참고문헌이 링크돼 있어서 모두 찾아서 검토하였다. 제시한 자료들은 ‘근거기반치의학(Evidence based dentistry)의 연구방법인 체계적 문헌고찰법 3편, 메타고찰법 1편, 전문가 그룹이 체계적 고찰법과 메타고찰법을 이용한 자료를 바탕으로한 컨센서스 방식을 이용한 1편, 총 5편이다.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review)은 특정 연구 질문에 대해 최선의 가용 가능한 연구를 결과를 종합하는 연구방법이다. 체계적 문헌고찰은 체계적으로 포괄적인 문헌검색과 사전에 정해진 포함/배제기준에 따른 문헌선택, 선정된 문헌에 대한 비뚤림 위험 평가 등의 엄격하고 객관적인 연구 과정을 거친다.

메타고찰은 체계적 문헌고찰과 혼용되어 쓰기도 하지만 정확하게는 체계적 문헌고찰에서 선정된 일차 연구에서 근거가 양적으로 합성이 가능한 경우 이를 통계적으로 합성하는 연구방법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4개의 연구팀이 의해 2006년, 2008년, 2011년, 2015년에 결과물이 출판되었고, 나머지 한개는 이러한 방식으로 나온 논문들을 보면서 권위자들이 논의를 한 것이다.

 

오해의 씨앗

AP통신이 문제 제기한 과학적 근거의 수준이라는 것은 보통 ‘GRADE’로 평가된다. GRADE는 근거수준의 등급을 높음(high), 중등도(moderate), 낮음(low), 매우 낮음(very low; 국내에서는 불충분, insufficient로 바꿈) 으로 한다.

체계적 문헌고찰의 경우 결과를 통틀어 전체 등급을 매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체계적 문헌 고찰의 경우 권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개별 결과를 분리해서 근거의 수준을 등급화 할 뿐이다.

따라서 AP통신에서는 이 결과물 내에서 추출한 총 25개의 논문을 대상으로 새로운 연구를 하여 ‘결론’을 낸 것이 아니고, 각 추출된 논문들의 개별 결과물을 기사화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결론의 도출은 매우 중요하다. 독자들은 전체 문헌 중 결론과 고찰을 주로 읽어보며 대부분의 독자는 결론 부분을 먼저 읽어 보기 때문이다.

보통 체계적 문헌고찰의 결론은 1)근거의 강도, 2)체계적 문헌 고찰의 비뚤림과 제한점, 3)결과의 일반화 가능성, 4) 이득과 유해 그리고 비용(가능하면) 사이의 저울질 등에 대한 평가를 통해 도출된다. 또한 체계적 문헌고찰의 결과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지는데 이는 주로 임상 진료에 대한 의미(implication for practice)와 연구에 대한 의미(implication for research)로 나누어 평가된다. 최종적인 결론은 근거수준, 효과와 이득의 저울질, 가치와 선호도, 비용 등의 정보를 종합해 내린다.


오해가 풀리다

따라서 우리가 관심있어 하는 주제들이 비록 낮음(low) 또는 매우 낮음(very low)의 근거수준을 갖는다고 해도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증거기반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하지 말라 (do not do)’는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근거기반 치의학이 임상치료를 위한 요리책(cook book)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오히려 증거기반이 약하거나 전무해도 특정 치유 방법은 유용할 수 있다. ‘매우 낮음’의 등급은 대부분은 양질의 연구가 부족함에서 기인한다.

근거의 수준은 오직 유효하고 과학적으로 온전한 연구, 편견의 위험이 없거나 적은 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고, 치료 권고사항이나 가이드라인은 그 증거를 임상경험, 전문가 소견 등과 통합시킨 결과이다. 이것은 ‘매우 낮음’으로 평가된 기술도 적절한 조건하에서 능숙한 의사의 손길을 받으면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반대로 높은 질의 증거기반을 가진 방법도 임상적 중요성을 거의 또는 전혀 지니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하나의 치료법에 대해서 환자의 비용 지불 의사보다 결코 더 나을 수는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치실의 사용은 환자가 부담되지 않는 수준에서 충분히 지불의사가 있는 구강건강을 위한 유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AP통신의 문제제기는 단순히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치실 사용을 마치 미국보건부 식생활지침과 미국치과의사협회가 공식적으로 권장함으로서 생기는 해당 산업의 부당이득(?)에 관한 것일 것이다. 기사에 의하면 치실 관련 산업 규모는 세계적으로 20억달러에 달하고, “대부분 관련 연구비를 업체들이 대주며 때로는 업체가 연구를 직접 설계하고, 실행도 한다”고 했다.

특히 미국치과의사협회는 업체들로부터 각 1만4천500 달러를 받고 제품 인증서(ADA seal)를 내주고 있으며, 승인 제품에 대해 매년 3천500 달러를 받고 65있는데 이 인증은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AP통신 보도에 대한 이틀 뒤 발표한 미국치과의사협회의 성명의 주요 골자를 살펴보자.
“치실질은 구강위생실천에 중요하다. 치아우식증과 치주질환은 치면세균막이 치아와 치은연에 쌓이므로서 발전할 수 있다. 전문가 청결술, 칫솔질, 치간청결술(치실, 치간칫솔과 같은 도구)은 치면세균막을 방해하고 제거한다. (중략) 개인적 선호도에 따라 치실 또는 다른 치간청결 도구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각 도구의 효과를 위해 적절한 기술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환자들은 치과의사에게 치간청결도구의 효능을 보장하기 위한 사용법에 대해 이야기해야만 한다. 좋은 구강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미국치과의사협회는 하루에 두번, 2분 동안 불소치약을 이용한 칫솔질, 하루 1회, 치간청결도구를 이용한 치간청결과 정기적인 치과방문을 권장한다”

이번 기사를 통해 치과학의 영역에서 양질의 임상연구를 수행할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무엇이 되었든간에 치간부 관리는 꼭 필요하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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