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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교수의 공감] 진정한 친구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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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교수의 공감] 진정한 친구들과 함께
  • 박기호 교수
  • 승인 2016.07.2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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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경희대학교치과대학 교정학교실) 교수

 

필자는 친했던 고등학교 동창생 12명과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고 있다. 시골의 조그만 학교 출신이라 소위 잘 나가는 친구들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이해 관계없이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한 친구들이라 졸업한 지 이십 년이 훨씬 지났지만 지금도 이 친구들을 만나면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몇 개월 전 고향에서 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던 동창생 한 명이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쓰러지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함께 가족동반 여행을 하고 매일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던 친구였다.

시골에 살다 보니까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서 부인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친구들이 발 벗고 나섰다. 인근 도시의 종합병원으로 옮겨서 응급수술을 받게 도와줬고, 이후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당장 엄청난 병원비가 큰 부담이었는데 열 명의 친구들이 스스로 모금해 천만 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했다.

그래도 병원비에 한참 못 미치자 한 친구가 고향의 군청에 찾아가 공무원들에게 어려운 동료를 위한 모금을 부탁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고 그 노력으로 병원비의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친구는 손해 사정인을 통해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을 했고 초등학생인 친구의 아들들이 학교에 잘 다니도록 보호자 역할을 했다. 입원해 있던 대학병원에서 한 달 후 의식이 돌아왔고 이후 필자가 근무 중인 대학병원으로 옮겼는데 5개월간 신경과와 재활의학과 치료를 하는 동안 필자도 수시로 방문해 여러 어려움을 최대한 해결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해 관계없이 서로를 아꼈던 친구들이라 어려운 일 앞에서 더욱 끈끈함이 묻어 나왔다.
쓰러진 날 종합병원 도착 당시에 이미 뇌 조직이 많이 손상돼 생사의 기로에 섰던 친구가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주위 사람들과 웃으며 인사할 정도로 인지 능력이 많이 회복됐다. 몸의 반쪽을 쓰지 못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에 부인과 가족들은 안도하고 있다.

또 생각지도 못했는데 친구들이 6개월 동안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도와준 데 대해 지속적으로 감사함을 표현하고 있다.

인맥이 중요시되는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엄청난 인맥과 친구들을 자랑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실제로 인맥의 위력은 엄청나다.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이 조사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만 명의 성공 비결 결과’에 따르면 ‘지적 능력이나 재능’이 성공에 미치는 영향이 15%인데 반해 나머지 85%가 ‘인간관계’였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남대 전도근 교수는 인맥이란 “위기의 시대에 나를 지켜주는 사람 울타리”라고 표현했다. 거미줄처럼 촘촘히 이어진 인맥의 줄기는 작게는 소규모 단체에서부터 크게는 국가를 움직이는 힘으로 작용해 왔다. ‘고소영’이나 ‘강부자’와 같은 은어처럼 지역이나 특정 집단의 지나친 인맥주의 때문에 벌어지는 폐단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영향력을 활용함으로써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인맥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확실한 필살기임이 분명한 듯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너도나도 인맥 쌓기에 목숨을 건다.

그러나 친구의 숫자도 중요하지만 마음 깊이 서로 배려하고 힘들 때 함께 하는 진정한 친구가 얼마나 있느냐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잘 나갈 때만 옆에 있는 친구는 막상 친구가 어려움에 직면하면 더 이상 인맥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외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사상가들이 친구 간의 우정에 대해 여러 명언을 남겼다.
 


풍요 속에서는 친구들이 나를 알게 되고, 역경 속에서는 내가 친구를 알게 된다 (존 철튼 콜린스). 역경은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 가르쳐준다 (로이스 맥마스터부욜). 참다운 벗은 좋은 때는 초대해야만 나타나고 어려울 때는 부르지 않아도 나타난다(보나르).

친구는 목적과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와 배려의 대상이다. 진정성을 갖고 오롯이 상대에 집중할 때 상대방도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인맥이란 억지로 연결하고 관리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것이다.

필자의 고등학교 동창생 친구들은 친구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려운 상황 가운데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다가감으로 서로 간의 신뢰가 더욱 깊어짐을 확인하게 됐다. 매년 여름 동창 열두 가족이 가족 동반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나는데 내년에는 올해 참석하지 못한 쓰러진 친구도 함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그리고 삼십 년이 다 된 지금도 만나면 설렘이 있는 진정한 친구들의 우정을 평생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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