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교수의 칼럼]쇼생크 탈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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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교수의 칼럼]쇼생크 탈출 유감
  • 정동훈기자
  • 승인 2016.06.24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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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중 치위생(학)과 실습생을 맞이하시는 원장님들께 드리는 글

방학 중 치위생(학)과 실습생을 맞이하시는 원장님들께 드리는 글

이제 학기말이 되니, 전국 각지에서 실습 나왔던 치위생(학)과 학생들의 수가 줄어드는 것이 눈에 띈다. 다시 몇 주 후면 더 많은 수의 실습생들이 방학 기간 빈 자리를 채우게 될 것이다.

치과병원 내에서 맡은 진료 분야가 ‘예방치과’가 되다 보니, 본의 아니게 학생들의 해당 학과 교수들과 친분이 있어 남다르게 치위생(학)과 학생들을 주시하게 된다. 참고로 내가 근무하는 치과병원에 실습을 나오는 학생들의 수준은 결코 1, 2등을 다투는 학생들은 아니고, 그냥 이 세상 살아가기에 무난한(?), 부족함이 없는 실력의 학생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실습을 나왔다고 판단된다.
 
병원은 병원대로 학생들에게 얻고자 하는 것이 있고, 학교는 학교대로 병원 실습을 통해 얻는 것이 있지만, 실습생들을 맞이하는 우리의 태도가 조금은 바뀐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길지 않은 ‘한담’을 열거해 본다.

1) 선생님, 화장실 다녀와도 되나요? 물 한 잔 마시고 와도 될까요?

옆에 서 있던 실습생이 담당 치위생사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불현듯 한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이 학생들에게 우리는 ‘간수’가 아닐 텐데 왜 이런 허락을 구하는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에 학생들의 머릿속에 ‘치과계의 선배들’이 그들을 지배하는 계급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나 보다.

2) 나는 선생이고, 너는 학생이다.

오래 전의 청춘 TV드라마로 기억되는 ‘로망스’의 대사이다. 실습학생들의 권리라면, ‘질문할 수 있는 권리’, ‘배울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제 시간에 출석하고 제 시간에 귀가할 수 있는 권리’가 대표적인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권리’를 ‘의무’로 바꿔도 좋을 것 같다.

이런 권리 내지 의무를 선생인 우리들은 보호할 의무가 있다. 자신의 자녀가 대학에 들어갔는데 ‘화장실 다녀와도 될까요?’라든지 ‘물 한 잔 마시고 와도 될까요?’라고 허락을 받고 행동 하나하나를 해야 한다면, 대학의 모습이 아니라 ‘군대’의 모습처럼 보이지 않을까 한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창의적’인 사고가 나오게 하려면, 우리들은 학생들의 권리와 의무를 잘 보살펴 줘야 할 것 같다.

3)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돌아가세요.

이 세 마디는 실습 나온 학생들에게 제가 당부하는 말이다.

열심히, 너무 지나치게 무리해서 몸이 아프게 되면, 다음 날 진료실습에 차질이 오고, 기구 등을 잘못 다뤄서 다치기라도 하면, 또 하필 감염환자에게 사용했던 기구라도 되면 일은 점점 심각해지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우리의 자녀나 동생이 이런 일을 당한다고 하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

그래서 나는 실습생들에게 어느 과목의 높은 점수보다, 이 세 마디의 부탁을 잘 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를 한다.

4) 마지막으로 실습생을 보낼 때 하는 말이 있다.

인력이 부족하고 교통도 불편한 우리 병원에 와서 실습하느라고 고생한 학생들에게, 유명한 한류스타 흉내를 내면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를 말한다.

이 글에 공감하시는 병(의)원 개원의들은 한 번 실천해 보기 바란다. 이 말을 들은 실습생들과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이 맺힌 눈망울로 함께 사진도 찍혀 주고, 다음에 졸업할 때 혹시 취직하고 싶으면 꼭 오라고 한 마디 해 준다면 그 학생은 졸업할 때까지 그 말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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