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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천만 원보다 값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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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천만 원보다 값진 메시지
  • 이현정기자
  • 승인 2016.06.02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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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익명의 치과의사가 대한치과의사협회에 1천만 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치과의사 지시에 의한 진료실 내 치과기공사 불법위임진료 근절을 위해 사용해달라는 바람과 함께.

적지 않은 성금을 기탁하면서 자신을 소개하기도 하고, 무엇 때문에 전달하게 됐는지 사연을 소문내고 싶을 법도 하건만, 그는 한사코 알리려고 한 일이 아니라며 자세한 소개를 사양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원장이 기탁한 1천만 원의 돈이 평범하지 않았다. 그 돈은 얼마 전 부친상을 당한 그의 아픔을 위로하며 동료, 선후배들이 보내온 조의금의 일부다. 치과계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을 늘 갖고 있던 그는 평생 올곧은 삶을 강조해 오신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들어 조의금을 지역 치과의사회관 건립 기금과 치과계 자정을 위한 성금으로 기부했다.

아버지를 잃은 비통함에 그는 적잖이 힘든 나날을 보낼 것이면서도, 오히려 1천만 원이라는 액수로는 따지기 어려운 가치의 메시지로 치과계에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는 치과의사 지시에 의한 진료실 내 기공사 불법위임진료가 치과의사의 화합과 상생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주변 동료들이야 어찌되든 나만 많이 벌면 된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행위라는 그의 짧고 굵은 일침.

그가 치과의사로 살며 터득한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의료법에 명시된 의무와 치과의사 윤리헌장을 준수하는 것에 바로 행복이 있다는 것이다.

‘윤리’, ‘의무’라고 해서 지킬 수 없는 어려운 규범이 아니라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치료비와 상관없이 제대로 그리고 열심히 하는 생활 그 자체다. 그랬더니 치과경영도 무난해졌고, 사이좋게 따뜻한 밥 한 끼 함께 하며 고민을 나눌 동료 치과의사도 많아졌다.

바로 이런 삶을 나누는 치과의사가 많아지는 것이 ‘화합’과 ‘상생’이지, ‘화합’, ‘상생’이 결코 우리네 치과의사들의 삶과 먼 곳에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그는 생각을 전해왔다.

치과의사 전문의제도로, 네트워크 형태의 신종 사무장 치과 등 굵직한 여러 현안들로 내홍을 앓는 치과계에 모처럼 마음 따뜻해지는 소식이다.

치과의사 배출은 계속 늘고, 경쟁은 더욱 과열될 수 있는 미래에 우리 치과계가 취할 것은 무엇이고,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익명의 치과의사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곱씹으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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